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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심리학

햄릿처럼 망설이지 않기 - 결정 장애를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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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루기의 비용 수치화하기 - 의사결정 지연, 손실, 타이밍
햄릿의 망설임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다. 지연이 만든 손실의 누적이다. 업무에서도 의사결정 지연은 매출 감소, 일정 차질, 팀 피로라는 형태로 조용히 돈을 빼 간다. 그래서 첫 단계는 미루기의 비용을 눈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이다. 출시가 일주일 늦어지면 예상 매출은 얼마나 줄고, 고객 항의는 얼마나 늘며, 광고 재집행 비용은 어느 정도 오르는지 대략치라도 적어 본다. 수치가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팀이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위험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어서 타임라인을 붙인다. 지연 하루당 손실을 금액과 평판 지표로 나란히 두면, 완벽한 정보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이 얼마나 비싼지 체감된다. 이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미루기를 제로 리스크로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미루기도 결정이며, 대개 가장 값비싼 결정이다. 햄릿이 확신이 올 때까지 기다린 대가가 비극이었듯, 회사의 결정 지연도 눈사태처럼 비용을 키운다. 숫자는 감정을 잠재우고, 타이밍을 앞당긴다. 의사결정 지연은 데이터가 아니라 관성에서 나오기에, 관성을 이길 도구가 바로 수치화다.

햄릿처럼 망설이지 않기 - 결정 장애를 극복하는 법


 2. 선택을 구조로 바꾸기 - 결정 트리, 되돌림 기준, 원웨이 도어
망설임을 줄이는 실전 도구는 결정 트리다. 종이에 선택지 A, B, C를 쓰고, 각 선택의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한 줄로 적는다. 여기에 확률과 대략의 가치를 곱해 기대값을 계산한다. 오차가 있어도 된다. 목적은 논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흐릿한 생각을 선명한 표로 바꾸는 것이다. 동시에 그 선택이 되돌릴 수 있는지 아닌지 표시한다. 다시 되돌리기 쉬운 투웨이 도어면 빠르게 소규모로 시험하고, 되돌리기 어려운 원웨이 도어면 추가 검증과 승인 단계를 넣는다. 여기서 핵심은 되돌림 기준이다. 일정 지연, 비용 초과, 품질 미달 같은 경보 신호를 세 개 고르고, 그중 두 개 이상이 동시에 발생하면 중단한다는 문장을 사전에 합의한다. 이 문장은 감정의 파도를 막는 방파제다. 햄릿이 칼을 빼 들다가도 멈춘 이유는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준을 만들어 둔다. 마지막으로, 각 선택에 필요한 최소 정보 목록을 적어 과잉 분석을 막는다. 알아야 할 것과 알면 좋은 것을 나누면, 분석의 끝없는 바다에서 방향을 잃지 않는다. 결정 트리는 재능이 아니라 습관이다. 습관이 되면 망설임은 줄고 속도는 오른다.

 3. 결정 품질 높이기 - 프리모텀, 레드팀, 반증 수집
결정의 질은 결정 그 자체보다 준비 절차에서 갈린다. 가장 값싸고 강력한 절차가 프리모텀이다.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이유를 세 줄로 적는다. 예를 들어 고객 반응 예측 실패, 일정 과소 추정, 데이터 품질 문제처럼 구체적으로 쓴다. 그런 다음 각 이유를 줄이는 행동을 다음 스프린트 일정에 넣는다. 두 번째 절차는 레드팀이다.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맡긴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이 반증을 모아 오게 한다. 찬성자들끼리만 회의하면 확증 편향이 강화된다. 반대 자료가 들어오면 논의가 균형을 찾는다. 세 번째는 시간 축 정렬이다. 채팅, 메일, 로그의 타임스탬프를 일렬로 놓고 불일치를 확인한다. 기억은 서사로 흐르고, 기록은 초 단위로 흐른다. 둘이 맞지 않으면 가설을 고쳐야 한다. 햄릿이 홀로 의심을 키웠다면, 우리는 절차로 의심을 검증한다. 프리모텀은 위험의 명단을, 레드팀은 시야의 확장을, 시간 정렬은 허점의 봉합을 돕는다. 세 절차를 30분 안에 끝내는 것이 포인트다. 간단해야 반복된다. 반복되어야 효과가 누적된다.

 4. 의사결정 운영 만들기 - RACI, 결정 SLA, 회의 입장권
좋은 결정을 우연에 맡기지 않으려면 운영이 필요하다. 첫째, 역할을 문서로 정한다. RACI 표를 만들어 누가 최종 책임자이고, 누가 승인자이며, 누가 자문과 통보 대상인지 명확히 한다. 책임자가 불분명하면 회의는 늘어진다. 둘째, 결정 SLA를 만든다. 요청 접수부터 자료 제출, 토론, 확정까지 각각의 최대 소요 시간을 정한다. 시간을 정해 놓으면 결정을 미루는 습관이 줄어든다. 셋째, 회의 입장권을 만든다. 안건별로 한 장의 요약, 데이터 출처, 대안 두 가지, 요청 결정문이 없으면 회의에 올리지 않는다. 회의의 질은 입장권에서 결정된다. 넷째, 결정 캘린더를 고정한다. 주간 또는 격주로 주요 결정을 다루는 시간대를 확보하면, 팀은 수시 호출 대신 준비 중심으로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결정 로그를 남긴다. 누가 왜 어떤 근거로 결정했는지 적으면, 다음에 같은 문제가 왔을 때 학습 속도가 빨라진다. 햄릿의 비극은 운영 부재였다. 우리는 규칙을 만들 수 있다. 규칙이 있으면 평범한 팀도 좋은 결정을 반복한다. 반복이 쌓이면 속도와 품질이 동시에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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